♣ 119번째 이야기
새벽의 사무실 조용한 침묵아래, 말씀을 적으며

고요한 새벽, 창가 너머로 여명이 조용히 스며든다. 세상은 아직 잠들어 있지만, 내 마음은 조용한 설렘으로 깨어난다. 볼펜을 들고 한 장의 종이를 펼친다. 거기에 적힐 성경의 말씀은 단순한 글자가 아니다. 그것은 내 영혼을 적시는 생명의 언어이며, 하나님의 음성이자 나를 향한 위로이자 가르침이다.
볼펜 끝에서 잉크가 조용히 스며들 듯, 말씀은 내 마음에 서서히 흘러든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써 내려가며 나는 단순히 성경을 필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 담긴 진리를 새기고, 내 삶과 연결시키며, 깊은 묵상 속으로 빠져든다. 이 순간, 시간은 멈춘 듯 고요하고, 내 영혼은 평안에 잠긴다.
성경 필사: 하나님과 나누는 깊은 대화
성경을 읽을 때는 스쳐 지나갔던 말씀이, 손끝으로 옮겨 적을 때는 전혀 다른 깊이로 다가온다. 한 글자씩 새기다 보면, 말씀이 단순한 활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과 지혜가 담긴 메시지임을 깨닫는다.
어느 날은 따스한 위로가 되어 내 마음을 감싸주고, 또 어느 날은 날카로운 깨달음이 되어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때론 한 구절이 나를 붙잡아 오래 머물게 하고, 또 어떤 구절은 눈물을 머금게 하기도 한다. 마치 오랜 친구와 조용히 대화를 나누듯, 성경 필사는 그렇게 하나님과 나 사이의 깊은 교제의 시간이 된다.
이 과정 속에서 나는 비로소 말씀이 내 것이 되어감을 느낀다. 듣기만 했던 진리가 내 손끝에서 살아 움직이고, 마음속 깊이 스며든다. 성경을 필사한다는 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내 삶에 새기는 거룩한 과정이다.
인내와 성실함의 훈련
성경 한 권을 온전히 필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장 한 장 적어 내려가려면 인내가 필요하고, 하루도 거르지 않는 성실함이 요구된다. 하지만 바로 그 꾸준함 속에서 나의 신앙은 더 단단해지길 소망한다
마치 농부가 한 알의 씨앗을 심고 정성을 다해 가꾸듯, 말씀을 손으로 적는 과정은 내 영혼의 밭을 기경하는 시간이다. 하루아침에 변화가 보이지 않을지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내 안에 맺히는 열매를 발견하게 된다. 필사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하나님과 동행하는 훈련이 되고, 믿음의 길을 걷는 연습이 된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하나님께서도 나를 이렇게 한 글자 한 글자 새기듯 정성껏 다듬어 가고 계심을. 내가 말씀을 필사하는 동안, 하나님은 내 마음을 필사하고 계셨다.
삶의 흔적, 믿음의 유산
내가 써 내려간 성경 필사본은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기도이자, 삶의 흔적이며, 믿음의 고백이다.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감사로 써 내려간 이 말씀들은 훗날 내가 걸어온 신앙의 여정을 증거할 것이다. 내가 지나온 순간순간마다 어떤 말씀이 나를 붙잡아 주었고, 어떤 구절이 내 삶의 빛이 되었는지 이 책장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필사본이 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전해질 때, 그것이 단순한 종이가 아닌 하나님의 사랑과 믿음의 유산이 되길 바란다. 그들이 내 글씨를 따라 읽으며, 내가 느꼈던 감동과 위로를 함께 경험할 수 있기를.
새벽의 빛 아래, 다시 볼펜을 든다
다시 새벽이 오고, 나는 또다시 볼펜을 든다. 오늘은 어떤 말씀을 만나게 될까? 어떤 위로와 깨달음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설렘과 기대를 안고 한 글자씩 써 내려간다. 마치 기도를 올리듯, 하나님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듯. 그렇게, 잉크 대신 믿음으로 이어지는 나의 여정은 오늘도 계속된다.
'My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詩) 봄 이별 (18) | 2025.03.12 |
---|---|
(오늘의 詩) 봄은 오기만 (8) | 2025.03.10 |
(오늘의 詩) 눈내리는 삼월 (25.3.4) (1) | 2025.03.04 |
(오늘의 詩) 봄 비 내리는 중(25.3.2) (3) | 2025.03.02 |
(오늘의 詩) 동백꽃 단상(2025.2.26) (1) | 2025.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