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398번째 이야기

하지(夏至)_가장 긴 낮의 단상
빛은 천천히 눕네.
들꽃의 어깨 위에서
바람은 말이 없고
그늘조차 한숨을 덜어 낼때,
시간은 길게 늘어진 나뭇가지처럼
잠깐 멈추어 서고
한낮의 열기 속
고요히 익어가는 무언가,
해는 지친 듯 더디게 젖고
어느 틈에 밤이 짧은 꿈처럼 스며든다
이 계절은 말을 아낀다
소란한 계절은 늘 그랬던 것처럼.
가장 긴 낮도
한 번은 접혀야 하듯
이 순간도, 이 숨도
서서히 접히겠지.
말은 안해도 우리는 안다
다시 피어날 계절이
늘 어디쯤엔 머물고 있다는 걸.

반응형
'My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詩) 여름으로 가는비 (4) | 2025.06.13 |
---|---|
(오늘의 詩) 오월의 바람 (2) | 2025.05.04 |
(오늘의 詩) 조금 늦은 비 (1) | 2025.04.05 |
(오늘의 詩) 사월이 오면 (3) | 2025.03.30 |
(오늘의 詩) 아버지의 웃음 (8) | 2025.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