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를 받아본 적이 있나요?
또는, 누군가에게 손편지를 써본 적이 있나요?
따뜻한 방에 앉아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를 보았습니다.
편안함이 죄스럽게 느껴지는 일상입니다.
영화는 히로코가 죽은 연인 후지이 이츠키를 그리워하며 그의 옛 주소로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히로코의 편지는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보내는 애절한 마음의 표현입니다. 뜻밖에도 동명이인인 여자 후지이 이츠키로부터 답장을 받게 되면서, 히로코는 과거의 사랑을 추억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기억’입니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두 명의 후지이 이츠키에 대한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히로코는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기억의 소환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닌, 현재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마치 특정한 냄새나 소리가 과거의 기억을 강렬하게 불러일으키는 ‘프루스트 효과’처럼, 편지는 히로코에게 과거의 순간들을 되살려내고, 현재의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러브레터>에서 편지는 프루스트 효과의 핵심적인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편지를 읽고 답장을 쓰는 행위는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히로코와 여자 후지이 이츠키는 이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아픔을 나누게 됩니다. 특히 여자 후지이 이츠키가 과거의 자신과 관련된 기억들을 되찾는 장면들은 프루스트 효과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중학교 시절 도서관에서 빌렸던 책 뒤에 숨겨진 그림을 발견하는 장면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 그림은 남자 후지이 이츠키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였고, 그녀는 그 그림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그의 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처럼 잊고 있었던 과거의 작은 조각은 현재의 자신을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영화 속에서 히로코는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슬픔을 극복해나갑니다. 여자 후지이 이츠키 역시 과거의 자신과 관련된 기억들을 되찾으며 현재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 현재를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힘을 얻는 것을 의미합니다.
お元気げんきですか、私あたしは元気げんきです!
(오겡키데스카, 아타시와 겡키데스!)
(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요!)
“오겡끼데스까”라는 대사는 영화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단순한 안부 인사를 넘어 죽은 자와 살아있는 자, 과거와 현재를 연결합니다. 히로코가 눈 덮인 산을 향해 외치는 “오겡끼데스까”는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절절한 외침이자, 슬픔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는 관련된 모든 기억이 때로는 트라우마의 방아쇠가 되기도 합니다.
예기치 못한 순간, 파편처럼 박히는 기억의 조각들은 남겨진 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아픔입니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슬픔이지만, 지금 떠난자에 대한 안타까움도 남겨진 자들의 절절한 아픔도 어루만저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잘지내냐는, 잘지낸다는 말도 전하지 못하는 지금은 어느때보다 추운 겨울입니다.
찬바람에 바래진 노란 리본도, 애처롭게 붙어있는 포스트잇도, 그 안에 꼭꼭 눌러 쓴 전하지 못한 러브레터도,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하되, 기억에 갇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남겨진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남겨진 이들을 위한 러브레터를 한줄 더 써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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